넓고 얕은 취미 생활/공연과 전시

[넓고 얕은 취미 생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Nut_아몬드 2022. 4. 30. 01:49

✓ 전시명: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 내용: 한국의 설화, 기담 속 다양한 신, 괴물,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묘한 미디어 전시

 

전시기간: 2021.12.10. ~ 2022.7.25.

 

관람시간: 10:30 ~ 20:30 (연중무휴, 입장마감 19:30)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9, 안녕인사동 B1 인사센트럴뮤지엄

 

✓ 소요시간: 1~2시간

 

✓ 가격: 성인 20,000원

 

✓ 후기

  안녕인사동에 들어서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찾아가다보면 매표소가 있어야할 것만 같은 자리에 깜찍하고도 기묘한 터주신이 반겨준다. 사실 이것 때문에 전시공간에 들어서지도 않고서 기프트샵을 너무나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기프트샵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미래를 몰랐던 나는 전시를 보고서 귀엽고 하찮은 굿즈들을 잔뜩 사야지...! 하면서 신나게 입구를 찾아 내려갔다.

터주신
터주신이 근엄하고도 하찮게 입구를 안내해주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전시의 첫번째 이야기, '신도울루가 지키는 상상의 문'이 펼쳐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문들을 지나면 정말 신비한 공간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오른쪽으로 매표소가 보이는데, 예약을 하고 가면 금방 티켓을 받아 전시 공간에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한복 두루마기를 입으셔서 너무나 공간과 잘 어울리시는 직원분들이 붙잡고 나를 보내주지 않는다.

홀
신도울루가 지키는 상상의 문

  티켓을 발급 받고, (선택사항이지만) 해야할 일은 두 가지다. '한국의 신비한 12가지 이야기 AR' 어플을 다운 받는 것과, 본인의 생년월일시 입력하기. 다운 받은 어플로 숨겨진 마커를 찾아 등록하면 기프트샵에서 선물을 받을 수 있고, 본인의 생년월시를 입력하면 발급되는 QR로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나의 별자리를 찾을 수 있다. AR 어플로 마커를 찾아다니면서 기묘한 캐릭터들을 모으는 재미도 있으니, 어플을 꼭 깔아서 입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정확한 별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미리 태어난 시간까지 알아올 것!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AR 어플리케이션
곳곳에 숨겨진 신과 괴물들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입장하면, 다양한 미디어 전시가 시작된다. 주말에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둘러보고 사진을 찍기 좋았다.

  아래는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정직하게 네온사인으로 쓰여있다. 불빛이 계속 바뀔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니 잠시 머무르며 감상하는 것도 좋다.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The old stories that began with stone and wood

  그 다음으로 나오는 공간은 '시공간의 초월'. 사진을 비스듬히 찍었지만, 거울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여러 장의 거울이 계속 겹쳐 공간이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아래에 꽃잎이 수북히 쌓여있는데, 첫번째 방에서 꽃잎이 한 장, 두 장씩 발견되는 이유는 아마도 AR 마커를 찾아 회귀한 관람객들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어플에 등록된 신이나 괴물의 순서대로 마커가 위치한 것은 아니니, 중간에 빠진 신이 있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전진하자. 그리고 한 가지 더, 아래 꽃잎을 헤치고 지나오다 보면 신발 소재에 따라 실오라기가 잔뜩 묻어나 신발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실이 묻지 않거나 금방 털어낼 수 있을만한 신발을 신는 것을 추천한다.

시공간의 초월
하얗고 거울과 꽃잎이 가득하다.

  다음으로는 '달토끼, 그림자 이야기'가 이어진다. 제목은 달토끼이지만, 사진에서 보이듯 다양한 동물들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난다. 여기서도 거울을 이용하여 공간이 무한대로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 빈백이 놓여있는데 잠시 기대어 수많은 달들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이곳을 나가면 포스트잇에 소원을 적어 붙일 수 있는 벽이 있으니 달토끼에게 소원을 빌어보자.

달토끼, 그림자 이야기
수많은 달들과 사슴들

  아래는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스팽글과 조명이 어우러져 아주 화려하게 빛나는 공간 속 계수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달토끼에게 빈 소원, 계수나무에게 다시 한 번 빌면 좀 더 효험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었다.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거울로 인해 공간이 더 신비롭고 넓어보인다.

  이 정도 오면 전시의 반 조금 못되게 지나온 것이다. 이후로는 좀 더 현대적이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들이 등장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통해 내 별자리를 찾기도 하고, 나의 도깨비 불을 소환하고 기를 그려내기도 한다. 또, 본인의 마음에 드는 가택신과 함께 AR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나만의 수호신을 그려 미디어 아트의 한 부분을 직접 완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입장시 받은 팜플렛에 부착된 바코드가 있어야만 가능하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시 자체는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잘 알지 못했던 한국의 신, 괴물 등을 귀엽고 현대적인 캐릭터로 표현한 점이 가장 좋았는데, 다만 기프트샵에서는 그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뭔가 마음에 꽂히는 굿즈가 딱히 없는 편?

  그리고 아무리 봐도,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들이 내 사진들보다 훨씬 나으니 관심이 있다면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곧 더워질 날씨, 우리나라의 신비롭고 기묘한 신, 괴물들과 함께 쾌적한 실내에서 미디어 아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