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我일기/문화일기

[문화일기] 셀프 영화데이에 즐긴 "탑건" & "헤어질 결심" 관람 기록

Nut_호두 2022. 7. 13. 14:00

사실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는데
친구가 영화 보고 싶다며 급번개로 나를 주말에 소환했다.
4일 전에 말을 꺼냈지만

최소최소 일주일 전에 약속을 잡아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으른 집인간으로서

그 정도면 번개다.

 

아무튼 계획에 없던 외출이었지만

뭐 다들 재밌다는 데

기왕 나가는거 아예 종일 보자 싶어서
탑건과 헤어질 결심을 모두 예매해버렸다.

토르가 개봉하여 자리가 여유로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나머지 영화들 상영 배분이 줄어든 탓인지
아니면 그냥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인지
괜찮은 상영관+자리는 다 나가고 없었다 ㅜㅜ

이리저리 찾다가 자리도 그만하면 적당히 괜찮고
영화 사이에 휴식시간도 있는 명동 CGV 발견.
월급좀도둑하며 평일에 미리 예매를 완료했다.

구글 어딘가. 원출처를 찾지 못하였다.

예매할 때만해도 앞쪽은 자리가 꽤 있었는데
당일에 보러가니 꽉 찬 것이
다들 참 집 밖을 잘 나오시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아서 실시간으로 에너지가 계속 사라졌지만
영화는 제대로 보았지.
간략하게 남겨보는 관람 기록.


*줄거리 서술은 없으나  스포 위험이 있습니다.

1. 탑건

⭐⭐⭐⭐

심장을 뛰게 하는 극장용 영화
마치 포드 VS 페라리

 

탑건은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극장용 영화.
이걸 용산에서 보지 못한 게

정말 너어어어어무 아쉽다.
영화관 안 가고 나중에 집에서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멱살을 잡아서라도 말리고 싶다.
제발 그냥 영화관 가라고.
웅장한 사운드와 큰 스크린 없이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안 보느니만 못하다.

"포드 VS 페라리"를 영화관에서 보고 반했다면

탑건도 영화관에서 봐주세요 제발요...!!

 

미쿡 영화와 CSI를 즐겨보는 친구는 보면서

전개와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를 자주 안 봐서 그런지

그냥 계속 흥미진진하게

아무 생각 없이 즐겼다.

아 물론 친구도 예상대로 흘러간 전개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CSI 시리즈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탑건 제작에 참여해서 그런지

친구는 익숙한 bgm과

특유의 브룩하이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니

CSI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즐길 거리가 많을 것 같다.

 

1편을 보고 봤으면 좋았겠지만

1986년에 개봉한 것...,

시리즈물이 안 좋은 게

앞선 내용을 모르면 어렵기 때문인데

탑건은 1편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2. 헤어질 결심

불륜은 사랑이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개봉 한참 뒤에 친구들과 집에서 보긴 했지만

짐승같은 변태들 거북한 거 빼면

나름? 괜찮게 봤던 거 같은데

헤어질 결심은 정말 별로였다.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사람들은

N회차하기 좋을 것 같은 영화다.

영화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결말까지 수많은 복선들이 뿌려져있고

그 복선들이 촘촘이 엮여 완성된 영화.

허투루 쓴 단어, 소품, 씬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또 보고 또 보면 아마 감독이 숨겨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나는 절대 다시 보지 않을 것.

 

※대사&줄거리 스포 주의※

 

 

 

 

 

 

 

한국에서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마음을 중단합니까?

극 中 대사

 

가정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폭력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살인을 선택한 여자.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죄를 알게 되고 나서도 덮고마는 유부남 형사.

 

살인죄를 밝혀내야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주인공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엄청난 죄를 감춰주는 그 자체로도

나한테는 너무나도 껄끄러운데

왜 굳이 유부남으로 설정했는지 의문.

 

추측컨데 내면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서

사별이 아니라 유부남으로 설정한 거겠지만

이 설정 때문에 나는

감독이 의도한 작품 내에 깔린

사회적 배덕에 관한 은은한 불쾌감

감출 수 없는 내면의 감정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거부감을 느꼈을 뿐.

 

그게 진정한 사랑일지라도

혹은 사랑 없이 결혼한 상황이라도

그 어떤 조건을 붙여도 나에게 용납되지 않는 감정,,,

 

작중에서 남자주인공에게

예뻐서, 외국인이라서 그래서 다른 용의자들과

다르게 대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따지는

부하의 주장에 너무나도 동의해버리기.

 

사랑이라는 감정이

순수하고 막을 수 없고 숭배되는 감정이라고 해서

다 존중받을 수 있는건가..?

정답은 없다고 본다 이 질문에.

그러나 나는 NO라고 답하는 사람이다.

 

헤어질 결심을 보고 여운이 남고

가슴이 먹먹한 사람들은

부부의 세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대사에 공감했겠죠?

이 대사에는 화난 감정을 느꼈는데

헤어질 결심은 좋게 봤다면...

아름답게 그려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일까나...

 

불륜 이외에도

어떻게 시체가 떠올라서 발견되지 않을 수 있는지

(전자기기로 추측되는) 이 엄청난 현대 시대에

저렇게 단순하게 살인죄가 감춰지고

증거인멸이 쉬울 수 있는지

등등 의문은 많지만

여기서 말을 줄이도록,,, 하겠다.

 


영화를 두개 이어보기로 결정하면서

뭘 먼저 봐야할 지 고민스러웠는데

탑건을 나중에 볼 걸 그랬다.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니 그 찝찝함 때문에

탑건을 보고 나서 세차게 뛰던 심장이

팍 식어버렸다.

엘사랑 친구 먹음

 

로맨스라길래,, 눈물 찔끔할 줄 알고

탑건을 먼저 본거였는데

으아아아 왜 그런 선택을 했니!!

과거의 나야!!!